예쁘면 용서된다는 말은 법치주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 전집현(역사연구가)

 

고대 그리스 아테네 헤타이라라는 고급 매춘부 매춘 성행

프리네도 고급매춘부로 고관대작, 철학자, 장군 등 상대

마음에 안 드는 고관대작 거절, 그가 신성 모독죄로 고발

변호인이 아무리 변호해도 배심원들 프리네에 사형 결심

변호인 히피리데스, 프리네 옷 낚아채, 나체로 만들어

배심원들 프리네 알몸에 정신나갈 정도로 반해, 사형 취소

“저 완벽한 아름다움은 신의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의 의지 앞에서 사람이 만들어낸 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죄이다.”

 

▲ 신성모독죄로 아테네 법정에 선 프리네를 그의 변호인이 프리네가 입고 있던 옷을 낚아 채고 있다(편집인 죄 ).
▲ 신성모독죄로 아테네 법정에 선 프리네를 그의 변호인이 프리네가 입고 있던 옷을 낚아 채고 있다(편집인 죄 ).

 

법정에 선 아테네 고급매춘부, 프리네 :

이 아름다운 여인이 꼭 죽어야만 합니까?>

19세기 후반 프랑스 화가 장레옹 제롬(Jean Leon Gerome,1824~1904)의 그림 중에 <법정에 선 프리네>(1861)가 있다.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법정. 근엄한 표정의 배심원들이 둘러 앉은 가운데 한 젊은 여인이 피고로 섰다.

그녀는 고급매춘부로 고관대작의 요청을 거절하다가 믿보여 신성모독죄로 고발되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형이다.

그녀의 변호인은 당대 최고로 알려진 히페리데스(Hyerides). 그는 열변을 토하며 무죄를 주장하지만 배심원들의 표정은 이미 죽음을 부르고 있었다.

이대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순간 그는 그의 의뢰인의 포대기 같은 옷을 힘껏 나꿔챘다. 법정 전체가 환해질 만큼 하얀 나신이 드러났다.

이내 여인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의 동공이 커지며 자신들도 모르게 외마디 탄성을 지른다.

재판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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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의 이름은 프리네(Phryne), 고급 매춘부

프리네는 헤타이라(hetaira)라 불리는 이른바 고급매춘부였다. 헤타이라는 그저 '몸을 파는' 여자가 아니라 가무와 연극에 능하고 철학, 정치, 예술 등을 토론할 수 있는 교양을 갖춘 여성을 말했다.

당대의 저명한 정객, 철학자, 장군 등의 비공식적 파트너로 동행하여 모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했다

프리네는 그 중에서 특히 빼어난 미모와 몸을 가진 헤타이라였다.

당대의 유명한 조각가 프락시텔레스가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를 만들 때 그녀를 모델로 세웠다고 한다.

2. 은밀한 요청을 거부한 댓가로 법정에 서다

그 정도로 외모가 뛰어난 헤타이라였으니 온갖 재력가나 권세가들이 그녀를 품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녀는 자기 눈에 드는 남자를 '골라서' 상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른바 '선택받지 못한 남자'들은 질투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기도 했다

프리네는 에우티아스라는 어느 고관대작의 은밀한 요청을 거절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녀는 그가 의심많고 권위적이라 맘에 안들어했다.

그 고관대작은 그녀가 신전에서 '엘레우시스의 신비극'을 공연하면서 벌거벗고 출연해 춤을 춘 것을 교묘하게 모함하여 당시 최고 무거운 죄인 신성모독죄를 씌웠고, 그녀는 곧 사형을 받게 될 처지였다.

에우티아스의 고발이 거절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지만, 프리네의 죄를 심판하는 배심원들은 이미 그녀의 유죄를 단정하고 있었다.

프리네가 법정에 서게 되자 그녀의 동료 헤타이라들은 구명운동에 나섰다.

그들은 히페리데스(Hyerides)를 변호인으로 내세우고 프리네를 위한 헤타이라들의 집단 서명을 받아 법정에 제출하기도 했다.

3. 변호인 히페리데스의 기지, 예쁘면 용서된다

변호인 히페리데스는 법정에서 열변을 토했지만, 프리네의 유죄 쪽에 기울어져 있던 배심원들의 생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실정법 차원에서는 무죄 가능성이 없다고 여겼는지 배심원들의 '심미적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히페리데스는 갑자기 프리네의 허리끈을 풀고 힘차게 가운을 휙 벗겨 나체로 만들어버렸다.

그녀는 당황하는 척하며 '콘트라포스토' (Contraposto) 자세를 취했다. 이는 모델이 가장 우아해 보이는 포즈로 체중을 한 쪽 다리에 실어 몸의 실루엣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더구나 부끄러운 듯 팔로 눈을 가린 그녀의 몸짓은 배심원들에게 그녀의 몸을 마음껏 훔쳐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직접 보세요. 신성모독이 가능하기나 합니까? 그녀 자체가 조각으로 빚은 여신상입니다. 꼭 죽여야 속이 시원하겠습니까?”

배심원들은 우유에 진주가 섞여 광을 내는 듯한 그녀의 몸을 직접 보고 나서 모두 멍하니 넋을 잃고 말았다. 그들은 만장일치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저 완벽한 아름다움은 신의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의 의지 앞에서 사람이 만들어낸 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죄이다.”

결국 법정은 '아름다움 앞에선 어떠한 논리나 법도 무시된다'는 극단적 탐미주의, 미모지상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신성한 장소에서 옷을 벗었다는 이유로 기소된 그녀가 또 다른 신성한 장소에서 아름다운 알몸을 드러냄으로써 목숨을 건진 것이다.

아름다움은 선하다'고 한 그리스 시인 사포가 말한 대로 그리스인들은 '아름다운 것에 선함이 깃든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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