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수운 최제우가 만난 신칭을 원래대로 복원해야 한다.

 

 

도올 김용옥, 동학 수운 최제우의 신칭을 ‘하느님’으로 왜곡

수운은 용담유사 한글 경전에서 '한알님'이라고 분명히 불러

수운 최제우의 한알님은 외유기화, 내유신령한 존재

지공무사하고 불택선악하는 한알님은 이원성을 초월한 존재

 

 

▲ 동학 용담유사 계사간. 여기에는 '하날님'으로 돼 있다. 아래아를 쓴 것이 곳곳에 보인다.

 

도올 김용옥이 최근 동학의 동경대전 역주본을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가 평생 50년에 걸쳐 연구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유튜브 방송과 고발뉴스 방송에서 이 책의 가치를 여러 번 강조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그의 풍부한 철학사상 덕에 동학의 동경대전을 탁월하게 풀고있다. 또한 역사적 안목도 깊어 수운 최제우가 무극대도를 하는 배경과 계기를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수운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왜곡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수운 최제우가 만난 궁극적 실재인 신에 대한 명칭이다. 그는 수운이 만난 신칭神稱을 ‘하늘님(하느님)’ 이라고 강변한다. 개신교에서 기독교신을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데 이는 유대교의 유일신의 이름이라고 한다.

개신교가 뺏어간 하나님 신칭을 그대로 존중하며 하나님은 유대교 유일신의 ‘하나’를 뜻하는 것이라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현재 천도교에서 부르는 동학의 신칭인 한울님도 잘못됐다고 한다. 한 울타리라는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신의 이름이 되겠냐며 하늘님=하느님이 옳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수운이 만난 신의 이름을 하느님이라고 했을까. 이 한글 이름의 신은 수운이 한글로 쓴 경전, 용담유사에 나온다. 현재 천도교에서 통용되는 용담유사에는 한울님이라고 쓰고 있다.

반면에 계사년癸巳年 간행된 용담유사 목활자 원본에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하날님=한알님이다. 한글 아래 아 · 자로 분명히 표기돼 있다.

그도 수운의 동학경전 중 목활자본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다. 용담유사 목활자본도 갖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분명히 ‘하느님’이 아니라 ‘한알님’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데도 그는 하늘님이 맞다며 독자와 국민을 속이고 있다.

이는 한알님 칭호를 자기 맘대로 바꾼 것으로 자신의 교리를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시 한번 지적하지만 분명히 용담유사 원판에는 아래 아 · 자를 써서 하날님=한알님이라고 하고 있다.

수운이 만난 신은 ‘한알’님이다. 수운은 당시 신을 우리말로 한알님이라고 불렀다는 뜻이다.

왜 그런가. 용비어천가에도 아래 아 · 자를 써서 ‘하날’이라고 읽도록 하고 있다. 원래 우리 민족의 고유 신칭은 ‘한알’님이다.

이것이 개으른 혓바닥 때문에 ‘하날’님으로 변했고 다시 ㄹ 이 탈락해서 ‘하나’님으로 바뀌었다. ‘한’은 거대하다, 크다, 광대하다, 우주를 다 포함하는 크다는 뜻이고 알은 신이라는 뜻이고 님은 존칭어다.

아리랑의 ‘아’는 ‘알’이고 개으른 혀로 소리나는 대로 쓰다 보니 원래는 알이랑 인데 아리랑이 된 것이다. 그릇, 독을 항아리라고도 한다. 이것도 한알이다. 큰 독이라는 뜻이다.

아득한 옛날에는 흙으로 그릇을 만들었는데 귀해서 아마 신처럼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한알이-> 항아리라고 부른 것으로 추정한다. 항아리에는 생명을 살리는 곡식을 넣어 두었고, 물도 담아 놨을 것이고 기타 생명활동에 필요한 것을 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알개념은 사실 한단고기 한국본기에도 나온다. 당시 사람들은 하늘을 부모로 하고 태양을 신으로 섬겼다고 한다.

하늘과 태양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태양은 알이다. 그것도 큰 알이다. 알이 신을 나타낸다는 것은 기독교 구약전서에서도 추정할 수 있다.

구약전서 창세기에 이삭의 아들 야곱이 있다. 여호와 신과 씨름하면서 이겼는데 신이 그의 이름을 바꿔준다.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여기서 이스(IS)는 여성성을 뜻하고 라(RA)는 태양으로써 남성성을 뜻한다. 그리고 엘(EL)은 신을 말한다.

음성과 양성이 일치하여 신이됐다는 것인데 엘이 핵심이다. 엘은 우리 신칭인 알과 발음이 조금 다를뿐 같은 뜻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신의 이름을 알라라고 한다. 핵심은 알이다.

이 같은 사례를 볼 때 알이라는 것은 어느 시대에는 신을 뜻하는 공용어였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말에는 그것을 써온 무수한 생령들의 기운이 들어가 있어 주술적인 힘이 녹아 있다. 역사성이 진하게 묻어있다.

한울님, 하늘님, 한알님이라는 말의 차이는 분명히 크다. 느낌도 다르고 다가오는 기운도 분명히 다르다.

그렇다면 수운이 만난 한알님의 실체는 무엇일까.

동학에는 시천주侍天主라는 주문이 있다. 수운의 한알님은 수운이 풀이한 시천주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시천주의 侍자를 수운은 친절하게 풀이 해 주고 있다.

외유기화外有氣化 내유신령內有神領이다. 밖으로 부터는 기로 화하고 안에서는 신령이 있다는 뜻이다. 또 세상의 사람들이 각자 알고 있어 옮기지 않는다(一世之人各知不移者)고 한다.

侍시자를 흔히 모신다고 풀이하는데 수운이 직접 풀어 놓은 것을 보면 모신다는 뜻 보다는 외유기화하고 내유신령하는 것에 방점이 주어져 있다. 내 안에 외유기화되고 내유신령한 존재가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여기서 수운의 한알님 관은 이중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와 신령=가르침이다. 처음 수운 자신이 한알님이 자신에게서 드러나는 것을 표현한 것을 보면 확실해진다.

밖에서 신령이 접하는 기운이 있고 안에서는 가르침의 말씀이 내렸다(外有接靈之氣, 內有降話之敎)라고 체험담을 말한다.

수운은 이 한알님을 용담유사에서 이원성을 초월한 지공무사至公無私하고 불택선악不擇善惡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는 선악이 본래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둘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에 선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반드시 선 또는 악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불교에서 진속불이라는 말과 통한다. 한덩어리는 소리다.

인간은 선과 악, 호와 오 등의 선택, 가치판단으로 고해의 바다를 헤매지만, 한알님은 무념무상하며 선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존재라는 뜻으로 보인다.

인간만이 선과 악으로 대표되는 선택의 굴레 속에서 생장소병몰고生長消病沒苦한다.

▲ 도올  김용옥이 동경대전 역해서를 수운 최제우, 해월 최시형. 표영삼 선생의 영정 앞에 바치고 청수를  올리고 있다. 자료: 도올티비 발췌

수운은 한알님에 대하여 고담준론의 관념론을 말하지 않는다. 아주 절박한 생사의 문제에서 개인 구원을 말한다. 극한의 한계상황에서 한알님이 구세주로 드러난다.

아주 구체적으로 자신의 체험담을 말하며 그걸 바탕으로 21자 시천주문을 만들어 내놓는다. 너희도 이 주문으로 개인 구원을 이루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보국안민輔國安民이 가능하고 세상 구원, 집단구원으로 자연스럽게 나가는 한알님 관이다. 흔히 도통했다는 인물들을 보면 한때 체험한 과거형이다.

지금 여기서 생생하게 체험 중인 게 아니다. 수운은 일회성, 과거의 경험으로 끝난 한알님을 말하지 않는다. 흉장불사지약 궁을기형이라는 말을 볼 때 무극대도를 얻은 이후 죽을 때 까지 그의 안에서는 지기至氣가 24시간 진동하고 있었고 지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코리아 히스토리 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