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족 창세신화를 보더라도 대청제국은 고구려의 후예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고구려의 시조 고추모는 유화부인에게서 나와

대청제국을 세운 누루하치도 버들여신이 살려

만주족신화에 신수, 곧 신단수 등장 단군사화 닮아

대무당이 중심되어 3과 9를 신화소로 신화 진행

 

 

 

 

▲ 대청제국을 세운 금누루하치(愛新覺羅)에 관한 설화가 전해오는데 중국 명나라 이성량의 자은 부인 히화가 금누루하치를 살리고자 죽었다고 한다. 또 버들여신 푸투마마라는 이야기도 있다.

만주 창세신화 7-2

민담의 이야기가 약간 웃긴다고 한 것은 청태조 누루하치의 이름에서 드러난다.

청나라 태조, 누루하치가 ‘굽은 배나무’라는 뜻인데 와리(歪梨)마마라고 불렀다. 이는 이성량의 작은 부인, 희화가 누루하치를 살리기 위해 굽은 배나무에서 목을 매고 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나라의 정식 이름 대청이라는 말도 대청(大靑)이라는 말을 기리기 위해 나라 이름을 대청(大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너무 민담스러운 말이다.

이 설화의 다른 이본에 의하면, 이성량의 작은 부인 이름은 자미(紫薇)인데 이 여인이 누루하치를 구하기 위해 목을 매고 죽자 "내가 만일 천하를 얻게 되면 후세 사람들에게 당신을 버들시조모신으로 섬기게 하겠소."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누루하치가 하늘에 있는 자미성에서 온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아예 누루하치를 구한 여인의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누루하치를 구한 여인은 만주족으로부터 버들시조모신인 푸터마마로 인지되고 있다고 한다.

길림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이런 유형의 설화에서 이 여인은 왈리마마, 푸토마마, 푸터마마, 우스마마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모두 버들시조모신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또한 이 설화에서는 누루하치를 태우고 힘껏 달리다 지쳐서 죽은 대청이라는 말 때문에 나라 이름을 대청이라고 했다는데, <칭기스칸 1~2>를 쓴 전원철은 청(淸)이라는 나라 이름은 여진족이 원래 말갈족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청은 '맑을', '말갈' 이라는 훈을 가지고 있어서, 청이라는 나라 이름은 자신들의 뿌리를 나타내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만주족의 언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전원철의 말이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나는 판단할 능력이 없지만, 전원철은 무려 20개국이 넘는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니 빈말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만주족의 신화 이야기>에도 만주족 시조신화인 '삼선녀(三仙女) 전설' 다음에 '노한왕'(老罕王)이라는 전설로 누루하치 전설이 나온다.

이 전설에서는 이성량의 작은 부인이 누루하치를 구하고 맞아 죽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찌 되었든 이 모든 이야기는 누루하치가 왕이 되기까지 필수적으로 버들여신과 결합하는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버들여신 또는 버들천모는 왕권의 신성함을 보장하는 '하늘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원래 만주 창세신화의 주신이었던 아부카허허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만주족의 왕권을 탄생시키는 건국신화의 큰 배경으로 계속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의 '버들꽃아씨' 유화 역시 원래는 버들여신이었을 것인데, 건국신화 속에서는 여신의 모습이 심히 변형된 형태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만주 창세신화의 끝마무리를 살펴보기로 하자.

 

만주 창세신화 8

9모링

"하늘의 싸움은 어떻게 평정되었는가?

세상의 생명은 어떻게 전해 내려왔는가?"

선신들과 악신들의 싸움은 자연신들의 싸움인 셈이니, 폭풍과 돌과 불이 난무하고 삼라만상이 모두 동원된 험악한 싸움이었다.

북유럽 신화에도 세상의 종말에 '라그나로크'라는 신들의 싸움이 예정되어 있다.

'신들의 황혼'이란 뜻의 라그나로크가 지나면 다시 물 속에서 새로운 세계가 소생한다고는 하지만, 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라그나로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북유럽 신화는 매우 어두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주 신들의 싸움은 어떻게 끝나는지 따라가 보자.

아부카허허는 호신(護身) 전포를 잃게 되자 여러 별신들의 보호를 받으며 9층 천상으로 도망갔다.

피로를 참을 수 없어 회전하는 금빛 태양강 옆에 졸도하여 누워버렸다.

태양강 가에는 거대한 신수 한 그루가 있었다.

신수 위에는 '쿤저러'라 부르는 아홉 색깔 신조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몸에서 깃털을 뽑아내어 아부카허허의 등에 난 상처를 닦아주고, 아홉 색깔의 신이한 빛으로 허리 보호 전포를 짜주고, 또 금빛 태양강의 물을 입에 길어다 아부카허허의 상처를 씻어 치료해 주었다.

아부카허허는 몸에 아홉 색깔 전포를 입고 태양강 물 속에서 서서히 소생해 갔다.

아부카허허는 진정 우주 내에 당할 자가 없는 신의 위력을 가지게 되었고, 세 자매와 여러 신들의 보좌를 받으며 아홉 머리 악마 에루리를 물리쳤고, 에루리를 바나무허허(지신) 몸 속의 맨 밑층에 파묻어 다시는 우주 하늘에서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하였다.

아부카허허는 우주 모신이 되어 하늘과 땅을 지키면서 백세에 전하고 있다.

아부카허허는 또 신매(神鷹)를 보내어 계집아이에게 젖을 먹여 키워서 세상의 첫 큰 샤먼이 되게 하였다.

신매는, 쿤저러가 입으로 길어온 태양강의 신이한 물로 샤먼을 먹여 기르며, 와러두허허(별자리신)의 신광(神光)으로 샤먼을 깨우쳐 주었다.

또한 바나무허허의 살로 샤먼을 살찌워 그녀는 신기를 마음대로 부리게 되었다.

큰 여자 샤먼은 세상의 모든 총명함과 모든 영리함, 모든 지혜와 모든 기술을 가진 만능신이 되어 세상을 편안하게 하고 백대를 잇게 하였다.

땅이 물로 덮이고 하늘에도 온통 물천지여서 땅에는 민첩한 큰 매와 한 여인만이 남아 인류를 낳았는데, 이가 바로 홍수가 지난 후의 큰 여자 샤먼으로 인류의 시조모신(始祖母神)이었다.

아부카허허는 햇빛과 쿤저러신을 보내 얼음물을 따뜻하게 만들고, 물벌레와 수초가 자라게 하고, (중략) 다시 동해에는 사람 몸을 한 물고기신이 있게 되었다.

햇빛을 받아 많은 물벌레들은 사람의 머리에 물고기 몸을 한 모습으로 변하여, 강과 호수, 늪과 바다에 사는 신으로 변했다.

이들은 햇빛에 감응하여 잉태되고 햇빛에 감응하여 자랐으며 몸에는 늘 일곱 색깔 광삼(光衫)을 입고 있어 '더리거'여신이라 불렸다.

이야기는 더 계속되는데,

신들의 싸움으로 이 세상은 엉망이 되었고, 대홍수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으며, 오직 한 여인이 남아 신매에 의해 대샤먼으로 길러졌다는 것이다.

무조신(巫祖神)의 본풀이인 셈이다.

새로운 세상이 나타난 후, 물속에서 자란 수초나 물벌레가 다시 사람 머리와 물고기 몸을 한 채 서서히 더리거 여신으로 변한다.

수초나 물벌레가 사람으로 점점 변해가는 과정은 마치 다윈의 진화론을 보는 듯하다.

만주 창세신화는, 1모링에서 버어더인무라는 샤먼이 아홉 개 뿔 달린 순록을 타고 나타나 사흘 밤낮으로 창세신화를 설창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9모링에서 신들의 싸움으로 황폐화된 세상에 새로운 인간과 대샤먼이 다시 탄생하는 무조신 이야기로 끝난다.

만주 창세신화에는 불교나 도교, 또는 유교나 조로아스터교와 같은 외부에서 온 종교의 영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여 이처럼 원시 창세신화의 모습이 보존될 수 있었는지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 든다.

(만주 창세신화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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