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이 미국말로 대체된다는 것은 미국인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글은 정보통신시대에 최적화 된 의사소통 수단 및 높은 경쟁력

정세균 총리, 한글 우수성 찬양하나 우리말 소멸화는 얘기 안 해

말을 빼앗기면 정신도 지배를 받는 것은 일제의 조선어 말살이 말해

영어 사대주의에 절은 남한, 미국말로 한국어 대체, 미국식민지 자초

 

▲백범 김구의 부인, 최 준례 선생의 '묻엄'. 서기 1922년 중국 상해 임시정부시절 최준례선생이 폐병으로 사망했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독립투사의 아내로 살다가 고국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타국의 차디찬 땅에 묻혔다. 해당 지역은 도시가 들어서서 비석을 찾을 길이 없다고 한다. 비문은 국어학자 김두봉이 썼다. 비문이 독특하다. 순 한글이다. 사망 연 월일을 한글 훈민정음 자음으로 썼다. ㄱㄴㄷㄹ 로 이어지는 순서를 수 개념으로 해서 새겼다. 'ㄹㄴㄴㄴ'은 한글 자음 ㄱㄴㄷㄹ 의 ㄹ인데, 네번째 ㄹ로써 4에 해당한다. 이런 식으로 비문의 년월일 썼다. 비석을 지금 식으로 풀면 이렇다. (단기)4222년 3달 19날 남, (대한민국) 6해 1달 1날 죽음 최 준례 묻엄 남편 김구 세움. 사진은 오른쪽에 백범의 큰 아들 김인, 비석 뒤의 노인은 백범의 어머니 곽씨, 모자를 쓴 이는 백범, 왼쪽 아이는 백범의 작은 아들 김신이다. 이 비석은 일제의 조선어말살책동에 응전하여 우리말과 글을 지키겠다는 독립투사들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다시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하느라 정부의 한글날 기념식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분주하다.

정부는 서울 경복궁 수정전 앞에 기념 무대를 차려놓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서 한글날의 의미를 새겼다.

그는 한글의 우수성을 나열하면서 한글이 향후 대한민국 문화 역량 발전과 세계를 선도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한글이 일제강점기에 말살되려다 선열들의 투쟁으로 살아났다는 것도 강조했다. 그가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일제강점기 한글 말살 정책은 잔인하고 집요했다. 말은 우리의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암흑기였지만 오히려 한글을 지키려는 선조들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했고, 강인했다. 많은 이들이 한글은 목숨이라는 결연한 의지로 한글을 지켜주셨다. 한글은 민족정신을 지키고 독립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던 디딤돌이자 원동력이었다. 역사의 파고 속에서 겨레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위대한 구심점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오늘 일제강점기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냈던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되새기며 가슴 깊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한글을 지킨 덕에 우리가 오늘날 말살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그는 한글인 글자와 우리말을 같은 것으로 말하고 있다.

“한글은 민족정신을 지킨다.” 말에서 알 수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서 틀리다. 한글이라는 문자가 아니라고 조선어라는 우리말이 민족정신을 지킨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다.

한글은 문자이고 조선어는 말이다. 말과 문자는 다르다. 문자, 글자는 말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물론 정 총리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정 총리는 우리말이 민족정신을 지킨다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본다.

그는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조선어독립투사들이 대항하여 우리말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일제는 일본어를 국어로 하고 조선어, 우리말을 없애고자 했다.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만드는 데는 조선어를 없애고 일본어를 쓰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신을 지키는데 한글인 문자, 글자는 부차적이다. 말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말을 잃어버리면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조선말을 잃어버리면 조선인도 사라지는 것이다.

한국말을 잃어버리면 한국인도 사라진다. 우리말이 사라진 자리에 다른 나라 말이 들어와 있을 텐데 이는 그 말을 하는 나라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얼굴은 한국인이지만 미국말을 쓰면 그건 미국인인 것과 같다. 재미교포들이 대표사례다. 우리말을 잃어버린 재미교포 이민 3, 4세대들이다. 한국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말인 영어를 한다. 정신과 사고구조가 우리 한국인과 다르다. 그들을 생물학적으로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모든 면에서 한국인이 아니다.

단순히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미국인이 아니라 인간의 핵심인 정신과 사고구조가 미국인이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말이 살아남아서 오늘날 우리가 우리말을 쓰고 있다. ‘말모이’ 영화에서 보듯이 국어학자를 비롯한 선열들의 조선어 독립투쟁에 힘입은 바 크다.

일제 치하 일제의 조선어 탄압이 커서인지 일본말을 우리말에 섞어 쓰는 것을 지적하고 고치자는 노력은 많다.

최근에는 공사장에서 쓰는 용어가 여전히 일본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부가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자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말이 우리말을 잠식해가는 것에는 너무나 관대하다. 일제 치하에서는 일제가 직접 조선어 금지, 일본말을 강제해서 반발심이 크고 경각심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 미국말을 섞어 쓰면서 자발적으로 한국말 파괴와 말살에 앞장서고 있다. 반발심이나 경각심이 없다. 거의 무의식 가운데 마구 섞어 쓰는 실정이다.

미국말 섞어 쓰는 바탕에는 우리말을 쓰면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미국말을 쓰면 ‘멋있고’, 세련돼 보이고 앞서간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 같다. 이것을 일각에서는 영어 사대주의라고 지적한다.

▲조선개국 4353.10.09. 서울 경복궁에서 한글날 기념식이 거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읽고 있다. 한글(한국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말을 지키는 것은 민족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자료: 'KTV' 갈무리 

아래는 서기 2010년에 우리 말 속 미국영어 단어 남발 사례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본 것이다.

 

'스팩', '팩트', '워크숍', '세미나', '자동차 키' ,'~팀', '팀웍', '싸이트', '홈페이지', '레시피', '와이프' '리허설', '뮤직컬', '프레젠테이션', '스트레스', '퍼포먼스', '드라마', '특집타큐', '프로그램' ,'모티브', '삼성SDS', '마스카라', '립스틱', '메니큐어', '맘', '로숀', '박스', '카드' , '사이즈', '게스트', '업그레이드', '럭셔리', '아바타', '베드신', '스토리', '캐스팅', '아나운서', '리포터', '프레스센터', '주민센터', 'LH공사', 'LG그룹', 'SK그룹', 'KB은행', 'NH농협', '하이서울', 'CEO' , '필이 통한다, 쿨하다, 고고씽', '컨셉', '아이템', '프로젝트','센스쟁이' ...

(http://cafe.daum.net/mookto/GXtu/275)

 

이 말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면 자신이 무의식 가운데 얼마나 날 영어단어로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에 해당한다.

학교에서 배우기를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했다. 외래어는 딱히 우리 말로 바꾸기가 어렵거나 해서 그냥 외래어 그대로 쓰는 경우라고 했다.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등이다.

외국어는 우리말로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다. 위에서 든 말들 대부분은 우리말로 얼마든지 순화시켜 쓸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대로 쓰고 있다. 그것도 누가 누가 잘하나 경쟁하듯이 새로운 날 영어가 우리말에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순수 우리말이 어디 있냐’며 ‘우리말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한자어 아니냐’고 반발한다.

말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뜻을 주고받는 수단이라고 할 때, 이 같은 반박은 설득력이 약하다.

순수 우리말이라고 하기에는 현재 쓰는 우리말은 여러 나라말이 우리말화된 것이 상당할 것이다. 한자가 우리말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일단 수긍이 간다.

하지만 한자는 이미 고대시대부터 써 왔기 때문에 외국말이라고 하기에는 억지에 가깝다. 또 이미 우리말화된 외국말도 외국어라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이미 체화된 말을 놔두고 일부러 생소한 영어단어를 새로 섞어 써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섞어 쓰지 않는 대다수 말살이 인들과 소통 면에서 불편하고 뜻 전달이 어렵거나 안될 가능성이 크다. 일일이 그게 무슨 뜻이냐며 묻기도 거추장스럽고 번거로워 그냥 알아 들은 체 할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가진 자가 영어단어를 섞어 씀으로써 상대적으로 약자는 원치 않는데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말 미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회사나 학교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회사 상사나 교수가 마구 영어단어를 남발한다. 우리말 순화하자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넘어간다. 지적했다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에 십상이다.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영상을 찍는 기계 이름이 ‘녹화기’로 통용됐다. 지금은 캠코더라고 해야 검색이 되고 상품이 뜬다. 녹화기라고 치면 거의 안 뜨는 수준이다. 녹화기는 죽은 말이 돼가고 있다.

이렇게 영어단어로 대체되고 원래 쓰던 우리말은 안 쓰게 되니 사라져 가고 있다. 옷을 살 때도 옷 크기를 예전에는 치수라고 했다. 지금은 ‘싸이즈’라는 말이 정착된 상태다. 치수가 죽은 말이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광범위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말의 영어화가 너무 빠르다.

이는 남북한 통일 시대를 위해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질화를 얘기하는데 이런 속도로 나가면 남북한 언어 이질화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북조선말이나 남한 말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탈북민이 남한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언어가 달라 말이 안 통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미 이질화 정도가 심각해졌다는 소리다.

국립국어원 등 국어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존재감이 없다. 이들 기관이라도 제대로 작동하면 이렇게까지 오염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영어남용에 따른 우리말 소멸 문제를 지적하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한류 문화를 타고 우리말을 배우는 세계인들이 많아지고 각 나라 대학이나 시내에 한국어과나 한국어 학원이 많이 생겨난다고 한다. 그러면 뭐 하나. 영어단어를 한국어라고 가르치는 현실이 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말 문장을 가르치면서 ‘와이프’라는 말을 그대로 쓰고 있다. 또는 ‘싸이즈’라는 말을 그대로 섞어서 가르치고 있다. 이게 더 심해지면 더이상 한국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영어도 아니다. 정체불명의 말을 가르치는 꼴이 된다.

우리나라를 미국의 식민지라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식민지임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지표가 한국어의 미국어화일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제는 우리말 소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당장 거리 간판과 신문, 방송들만이라도 철저하게 우리말을 쓰도록 하고 영어단어 혼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신문, 방송이 가장 우리말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목숨을 걸고 우리말을 지킨 선열들에게 죄를 짓지 않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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