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의 순임금 신화는 미화될 가능성이 크다.

글: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신한대학원 교수)

 

 

친아버지에게 수차례 죽임을 당할 뻔 한 순 임금

이복동생을 너무 사랑해 순 임금을 죽이려 한 친아버지

그럼에도 효심이 지극하고 이복동생도 사랑으로 대해

 

▲순임금 상상도. 출처: 위키피디아.

요(堯)와 함께 성군으로 불리는 중국 신화의 마지막 군주 순(舜)임금. 그가 임금이 되기 전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참으로 험난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감내하고 왕이 되어 후대에 태평성대를 이뤘다고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전부 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순임금은 그의 친아버지로 인해 수차례 죽임을 당할 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사마천의 《사기》 <오제본기>에 따르면, 순의 아버지 고수瞽叟라는 자는 맹인이었습니다. 순의 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고수는 다시 아내를 맞아들여 아들 상象을 낳았습니다.

상은 오만방자했으나 고수는 후처의 자식인 상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이 어찌나 컸던지, 전 처의 자식인 순을 항상 죽이고자 했습니다. 그때마다 순은 고비를 넘겨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순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와서는 몇 번 씩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부친에게 순종하며 살았고 자식된 도리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복동생을 대할 때도 사랑으로 대했습니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순의 성정이 이렇다보니, 그의 효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러던 중 그의 행실이 요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가면서 순을 등용하게 됩니다.

게다가 자신의 두 딸, 아황과 여영을 순의 아내로 삼아 주었고 아들들을 주변에 두어 그를 살피게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고수와 상의 파렴치한 행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시 순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어느 날, 고수는 순에게 창고에 올라가 흙을 바르는 일을 시켰습니다. 그리고는 사람을 시켜 창고에 불을 질러 죽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순은 창고에서 뛰어내려 도망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순을 죽이는 데 실패한 고수는 이번엔 우물을 파게 했습니다. 순이 우물을 깊게 파 들어가자, 고수와 상이 우물 아래로 흙을 던져 우물을 메워버렸습니다.

하지만 순은 우물을 파면서 옆에 몰래 굴을 만들어 탈출할 수 있게 해놓은 덕분에 살아남았습니다.

고수와 상은 순이 탈출한 줄 모르고 죽었다고 여겨 기뻐했습니다. 상은 "본래 계획을 세운 자는 접니다."라며 "순의 아내인 요임금의 두 딸들과 거문고는 제가 가지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순의 방에서 그의 거문고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때 순이 돌아왔습니다. 상은 깜짝 놀라며 "나는 형을 생각하며 답답한 가슴을 가라앉히고 있었어요."라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네가 형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 후에도 순은 아버지 고수를 섬기고 아우 상을 사랑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자신을 죽이는 데 혈안이 된 아버지와 이복동생을 원망하거나 되갚아주지 않고 극진히 대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이런 성정이었으니 훗날 성군으로 중국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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