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속에서 서로 조금만 마음을 쓰면 지옥이 천국으로 바뀐다.

글: 주성원(자유기고가)

 

시골 내려와 식당을 하며 아내와 남편은 식당일을 하면서 부딪쳐

아내는 남편이 해 주는 일이 늘 불만, 남편은 할 수 있을 만큼 최선

아내가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심하게 다투고 남편은 낚시터로 가

마을 형님의 말을 듣고 아내의 고생을 이해, 시장가서 옷사 선물해

아내는 뛸 뜻이 기뻐하며 남편 품에 안겨, 관심 받고 싶은 아내마음

 

▲ 아내가 남편에게 쉴새없이 식당일을 시킨 것은 조금만이라도 알아달라는 신호였다. 아내는 겨울 긴외투 한벌 선물로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이 봄 눈 녹듯이 녹았다.

 

며칠 전 정말 오랜만에 TV를 보는데 50대 중후반쯤 보이는 부부가 다투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 TV에 나오는 남편의 아내는 외진 시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남편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며 숨 쉴 틈 없이 다그쳤다.

남편은 식당 밖에서 아내가 시킨 일을 하고 있었고, 일이 아직 끝나...기도 전이었다. 아내는 손님이 어지럽히고 간 테이블을 치우라고 남편에게 윽박질렀다.

남편은 뾰로통한 표정을 짓더니 동네 형님뻘 되는 집에 도피하는 것으로 아내에게 반발했다. 아내는 화가 잔뜩 나서 혼자 테이블도 치우고 장작을 지게에 지고 손수 날랐다. 남편이 돌아와서 아내의 장작 나르는 모습을 보고서, 왜 무거운 걸 혼자 옮기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쳐다보지도 않고 바쁜데 어디를 쏘다니다 이제 오느냐며 남편에게 쏘아붙였다. 남편은 몸도 안 좋고 해서 잠깐 바람 좀 쐬고 왔다고 둘러댔다. 아내는 나는 몸이 좋냐며, 혼자서 일하기가 벅차다며 울상을 지었다.

남편은 '힘들면 쉬어가면서 해야지, 당신은 너무 일에만 푹 빠져있다'며 안 그래도 끓어오르는 아내의 속을 긁었다. 아내는 어처구니 없다는듯 토라져서 입을 닫아버렸다.

며칠 후 아내가 식당에서 남편을 부르더니, 왜 이것도 안 했느냐? 저거는 언제 할 거냐며 또 다그쳤다.

이번에도 남편은 밖에서 열심히 아내가 시킨 일을 하던 중이었다. 표정이 심각해진 남편은 아내를 식당 식탁에 앉을 것을 종용했다. 남편은, "이 사람아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데, 자꾸 보채면 나는 무엇이 되느냐" 며 큰소리를 쳤다.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러려고 나를 시골에 데려와서 고생을 시키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누가 강제로 데려왔느냐, 서로 합의하고 오지 않았느냐" 며 한마디 하고선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편은 아내와 다툰 후 속이 많이 상해서 동네 아는 형님 낚시하는 곳에 찾아가서 아내와 다툰 내용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동네 형님이 자기편을 들어줄 것이라 믿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의외로 동네 형님은 다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남편에게, "얼마 전 자네 식당에 갔었는데 추운 날씨에 자네 아내 얇은 스웨터만 걸치고 밖에서 일하고 있더라" 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주. 그런데 "자네는 자네 아내의 고생은 생각지도 않고 자네 생각만 하는 것 아니냐?" 는 얘기를 덧붙였다. 남편은 고개를 떨구고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다음날인가, 남편은 식당에서 아내를 불렀다. 그리고 차분한 어조로, "당신 고생하는 거 잘 안다. 앞으로 내가 더 열심히 도와줄 테니까 당신도 너무 내게 다그치지 말고 내 맘을 조금만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아내에게 커다란 시장가방을 내밀었다.

아내는, "이게 뭐냐"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시장가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내는 갑자기 표정이 밝아졌다. 그 안에는 검은색 긴 통옷(롱패딩)이 들어있었다. 아내는 "롱패딩이네? 요즘 젊은애들한테 인기라는 그 롱패딩?"

 아내는 롱패딩을 꺼내서 입어보고선 펄쩍펄쩍 뛰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러곤 즉각 남편의 넓은 가슴에 푹 안겼다. 남편은 어색해하면서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난 그 장면에서 생각했다. 그 아내는 남편을 피곤하게 하기 위해 일을 막 시킨 게 아니었단 사실을. 물론 남편이 아내가 시킨 일을 흡족하게 못한 건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것만이 남편을 달달 볶은 이유가 아니었음을.

본심은 남편에게 작은 관심이라도 받고 싶은데 있었음을. 하지만 남편은 눈치를 채지 못했고, 오히려 구박하는 아내를 못마땅해 했으며, 아내는 더욱 날카로워졌던 것이다.

문득 동네 형님의 진지한 말을 듣고서 뭔가를 깨달은 남편. 그때 가슴이 뜨끔해졌을 테고. 자신이 그간 고생한 아내에게 옷한벌 못해준 남편이었음을 부끄럽게 여겼던 것이다.

오늘 "단감밭일이 힘들다"는 아내를 때려죽인 60대 남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는 기사를 읽고 난 할 말을 잃었다.

사람은 보통 반드시 큰 것에 감동받을 거란 착각속에 살아간다. 아주 사소한 배려와 선물이 꽁꽁 언 마음을 녹일 수 있음을 잊어버린 채.

어떤 아내는 단감밭일이 힘들다며 푸념했다는 이유로 맞아죽고, 어떤 아내는 식당일이 힘들다고 하소연했지만,

남편의 진심어린 위로와 따뜻한 롱패딩 선물을 받고서 그간 쌓였던 속상한 일들이 눈녹듯 녹았다.

사람이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는 것은 종종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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