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 최제우가 말살된 우리 고유 령성을 부활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천도교,

수운 최제우 동학창시 160주년 맞아

천일행사 및 송범두 신임 교령 취임식 거행

송범두 교령,

침체된 교단 중흥과 혁신과제 이루자고 역설

신과 인간이 하나되는 시천주 사상으로

사회병리현상 치유하여 지상천국 이루자 호소

▲조선개국4352.04.05.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천도교 천일행사 및 천도교 교령 취임식이 있었다. 천도교인들이 중앙대교당을 가득 채운 가운데 행사가 거행되고 있다. 사진: 고연희 선생 제공

천도교 포덕160년, 조선개국4352.04.05.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천일행사 및 천도교 신임 교령 취임식이 거행됐다.

4월 5일은 천도교에서 동학, 천도를 수운 최제우가 창시한 날로 기리고 있다. 올해로 창시한지 16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4월 5일을 천일 天日이라고 하는데 이에 맞추어 신임 교령 취임식을 같이 한 셈이다. 신임교령으로 송범두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이 지난달 15일에 있은 교령선거에 당선되어 이날 취임했다.

이날 행사는 신임교령 인사를 시작으로 이미 선출된 신임집행부 인사 및 천일 기념식으로 진행됐다. 이어 축하공연이 있었다.

송범두 신임교령은 인사말과 천일기념사를 통해서 시천주 사상에 입각하여 교단을 새롭게 일신하고 실사구시에 터잡아 신앙수행과 교단 운영을 혁신에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운 최제우 대신사 말씀에 기초해 교단 중흥과 지상천국을 이룩하는데 천도교 동덕들과 함께 힘써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향후 3년간 천도교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큰 그림을 제시했다. 운영계획 기초를 수운 최제우의 어록에 두었다.

수운이 득도하는 과정이 담긴 <동경대전> 포덕문에 나오는 말을 끌어왔다. 이날 내놓은 수운의 어록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경신년에 이르러 전해 들으니 서양사람들이 천주의 뜻이라 하여 부귀를 취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온 천하를 정복하여 교당을 세우고 그들의 도를 전파한다고 하므로 나도 또한 그것이 그럴까 어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더니,

뜻밖에도 사월에 마음에 한기가 들고 온몸이 떨리여 무슨 병인지 증세를 알 수 없고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즈음에 어떤 신선의 말씀이 있어 문득 귀에 들리므로 놀라 캐어 물은 즉 대답하시기를 ‘두려워 하지 말라 두려워 말라 세상사람이 나를 상제라고 이르거늘 너는 상제를 모르느냐’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시기를 ‘나 또한 공이 없으므로 너를 사람에게 내어 이 법을 세상에 가르치게 하니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지 말라’

묻기를 ‘그러면 서도로써 가르치리까,’

대답하시기를 ‘그렇지 아니하다. 내게 영부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이요, 그 형상은 태극이요, 또 형상은 궁궁이니 나의 영부를 받아 사람을 질병에서 건지고 나의 주문을 받아 사람을 가르쳐서 나를 위하게 하면 너도 또한 장생하여 덕을 천하에 펴리라.’ ”

동학경전 곧, 천도교 경전은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두가지다. <동경대전>은 한자로 되어 있고, <용담유사>는 한글로 되어 있다. 모두 교주, 수운 최제우 자신이 직접 쓴 것이다.

세계종교사에서 교주 자신이 경전을 쓴 경우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 만큼 다른 어느 종교경전보다 신빙성이 높다.

또 교주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원시성을 갖고 있다. 신도들은 누구든지 직접 교주 실체와 만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신도가 아니더라도 동학 실체를 알고 싶은 일반인들도 이 두권의 동학경전으로 동학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이날 송범두 교령은 동학 곧, 천도교의 처음과 끝을 전하는 수운의 득도증언을 담은 <동경대전> 이 포덕문을 제시했다.

이 포덕문 핵심은 영부니 선약이니 하는 말 다음에 나오는 상징 말이다. 태극 또는 궁궁이다. 수운은 형태라고 하면서 태극 또는 궁궁이라고 한다. 태극은 모양이다. 우리나라 태극기 가운데 그림이 태극이다. 꿈틀거리는 모양이다.

궁궁은 한자 활 궁자를 말한다. 궁弓이다. 수운이 체험한 것이 이런 활궁 자 같은 궁弓이라는 것이다. 궁자를 보면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모양이다. 태극이나 궁이나 모두 꿈틀거리는 역동성을 갖고 있다.

수운 최제우가 상제를 만나니 이런 역동성을 갖는 꿈틀거리는 무엇이 수운을 휘감고 진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氣라고 얘기해도 될 것이다. 어떤 단체에서는 천지기운이라고도 한다. 잠들어 있던 천지기운이 활성화되어 수운을 완전히 장악, 점령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기를 수운은 태극 또는 궁궁으로 비유하고 있다.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수운 눈에는 태극 또 궁궁한자였다.

이는 원시반본을 뜻한다. 지금 어지럽고 혼돈의 상태를 벗어나 처음 상태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가득차 있는 그릇을 비웠다는 의미도 된다. 태초의 모습이다. 기존의 오염된 틀을 부수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한다.

이날 송범두 교령은 이 말씀에 기초해서 교단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시천주라는 말을 끌어와 인간과 신이 하나되는 공동체를 역설했다.

그는 “시천주(侍天主)란 신과 인간이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가치체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우주가 하나 되는 세상을 지향하는 것이 시천주의 정신입니다.” 라고 한다.

이것이 천도교가 나아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정복과 파괴로 치닫는 서구기계문명을 거부하고 있다. 무한경쟁, 돈 논리로 지배되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사회를 거부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조화, 평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연 더 나아가 우주까지 확장한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고유 심성이었다는 것이다. 천도교, 수운이 추구한 것이라고 한다.

송범두 교령은 이것이 시천주 본질이라며 천도교가 이를 바로 알고 추진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송범두 교령체제 천도교 신임 집행부 인사들이 1열로 서 있는 가운데 송범두 교령이 소개하고 있다. 개혁성향이 강한 손윤 의암손병희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유지재단 이사장에 선임되어 눈길을 끈다. 왼쪽에서 네번째가 손윤 이사장. 사진: 고연희 선생 제공

이날 송범두 교령은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표현도 썼다.

천도교단을 중흥시켜야겠는데 실사구시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교령임기 3년간 자리나 보존하는 의례적인 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평소에도 사회병리현상에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병리현상이라는 것은 윤리도덕이 무너진 사회, 자본논리에 따라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대한민국 병든사회를 말한다.

이는 인간성 상실은 물론 환경파괴, 자연파괴로 이어져 인간은 물론 다른 생명체까지도 살아갈 수 없게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쓰레기 처리가 한계에 와 있음을 알리는 보도가 잇다르고 있다. 전국에 걸쳐가 쓰레기산이 쌓여가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만해도 수십개 쓰레기산이 생겨나고 있다.

매립이나 소각으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 못하여 전국 곳곳에 쓰레기를 쌓아 산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 처리업자들이 적당히 처리하고 도주한다고 한다.

국가차원에서도 속수무책인 것을 드러나고 있다. 얼마전에는 필리핀으로 쓰레기 수출하다 적발되어 도로 가져온 일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윤리도덕이 무너지고 자본논리로 지배되는 무한 경쟁의 병든사회에서 나온다.

송범두 교령에게는 진보와 보수논리는 보이지 않는다. 동학의 천도에 맞느냐 안 맞느냐가 기준이다.

그가 평소에 보인 행보를 보면 송범주 체제 천도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사회 현실문제에 깊이 천착하여 천도교가 무엇인지 분명한 성과를 보여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동학은 우리 민족사에 큰 획을 그었다. 앞서 송범두 교령이 천도교 중흥을 언급했다. 동학은 민족사 중흥과도 같다.

비록 리조선 왕조와 왜군에게 패해서 혁명 완성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후 역사수레바퀴는 앞으로 나가고 있다.

동학이 완전히 실패한 것도 아니다. 충북 보은 장내리 일대에서는 이날 송범두 교령이 말한 지상천국이 건설되었었다.

서기1883년 경부터 이 일대에는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중심이되어 동학도들의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4백 가구가 넘은 공동체였다고 한다.

서기1894년 왜군과 관군에게 파괴되기까지 동학사상이 온전히 펼쳐졌다. 하날님과 인간이 하나라는 인내천 사상이 구현되었다. 무려 10년간이다.

충북보은동학혁명북접기념사업회(보은민회), 사무국장 조정미선생에 따르면 이 일대에 집강소가 설치되었다. 당시 집강소 건물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한다. 통상 전라도 전주일대를 중심으로 집강소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보은일대에서도 집강소 활동이 있었다는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강소는 백성이 주인되어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우리 고유의 직접민주주의 제도다. 온갖 부조리와 부패로 점철되고 장식용으로 전락한 현재 서양식 지방자치제도가 아니다. 집강소활동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진화된 역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집강소 건물이 발견됨에 따라 보은일대에서 지상천국이 펼쳐졌다는 것이 꾸며낸 얘기만은 아닌 듯 싶다. 손윤 의암손병희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 공동체를 신앙촌으로 불렀다. 천도교 중흥이 민족사 중흥으로 다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충북 보은에 있는 동학혁명 집강소 건물. 일상의 전통 민가와는 다르다. 집 기둥이 둥글다. 둥근 기둥은 통상 관청건물을 지을 때 사용된다. 집강소 건물이 맞다면 주인이 바뀌면서 여러번 고친 흔적이 역력하나 최소한 120년은 더 된 집이다. 사진: 조정미 보은민회 사무국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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