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하는 하늘에 제를 올리는 천제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글: 박장우(의백학교 제1회 졸업생)

 

 

의백학교 1기 학생으로 고천제 참여

스스로 천손임을 자각하고 긍지를 가짐

풍물장단에 공동체 정신과 한마음 느낌

 

▲조선개국4351.11.10. 충북 보은 속리산 초등학교 마당에서 보은민회와 의백학교가 주최한 가운데 고천제를 올렸다. 사진: 보은민회제공

나는 의백학교 1기 학생으로서 조선개국4351(서기2018)11월 10일 보은 장내리 속리초교에서 열린 고천제 행사에 참여했다. 천제. 말 그대로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의식이다.

우리 선조인 동이족 고유의 의식이라고 배웠다. 동학혁명 당시 순국한 무명 열사들께 위령제를 올리는 자리였다.

책에서만 봤던 천제의식에 직접 참여해 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남달랐다. 현장에 도착하니 제단 주위에 쑥향이 진동을 한다. 쑥향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니 의식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된다. 속리초교 뒷편에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도 인상적이다.

마을을 지키는 옥녀봉이라고 한다. 떡하니 받치고 서있는 봉우리에서 힘이 느껴진다. 제단 양 옆에 걸린 '보국안민', '생명이 하늘이다' 푯말도 눈에 들어온다. 동학혁명하면 떠오르는 문구다.

북잡이가 북을 힘차게 두드리며 고천제 시작을 알린다. 둥둥두둥.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의식 진행을 위한 음악이 나온다. 엄숙하다.

화려한 색의 비단옷을 입은 민회 여성회원 한 분이 원혼을 달래는 위령춤을 올린다. 하늘을 향해 손짓하며 간절히 호소 드린다. 원혼을 달래기 위해 기운을 하늘에 전달하고 호응 받는다.

이어서 손윤 이사장님께서 고천문을 낭독하신다. 엄숙함이 묻어난다. 동이족은 스스로를 천손이라고 믿었다. 나도 천손의 후예로서 새롭게 마음가짐을 하고 빌어본다.

순국하신 무명의 동학혁명 농민들의 안식도 빌어본다. 이어서 주문을 읽으신다. 주문이 스물한 번 반복되는 동안 의백학교 학생들이 조별로 나와서 제단을 향하여 절을 했다.

고천제가 끝난 후 보은 민회회원들께서 준비해주신 북, 장고, 소고 등 민속악기들을 연습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휘모리 장단 등 기본 장단들을 함께 익혀 보았다. 우리는 흥이 많은 민족이라고 했던가? 악기들을 연습하는 동안 사람들은 금새 장단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북, 소고 소리가 커지는 동안 춤사위도 커진다. 함께 장단 맞춰 북을 두드리고 몸도 움직이니 마음도 열리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끝나고 이제 음복 시간이다. 점심 시간도 조금 지나고 허기진 터라 떡, 과일, 눌린 고기 등을 맛있게 먹었다. 음복주도 했다. 몸과 마음이 활기차지고 개운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의식을 치르고 나니 알게 모르게 동질감도 생기고 친근해진 것 같다. 우리 조상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같은 터전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로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자긍심도 가졌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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