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용병으로 박정희정권 배불려 준 것이 베트남전쟁 한국군 파병 진상이다.

글: 허성관(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민간인 학살에 아직도 미온적인 한국

희생자묘 단장약속하고 불이행 거짓말

미군은 사과했으나 한국군은 아직 안해

 

▲서기1967.07.14. 한국맹호부대원들이 베트남 민간인을 한데 모아 놓고 있다. 수용소로 보내기 위함이라고 한다. 사진: 한겨레 신문

<난감했던 투이호아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 현장>

살아오는 동안 마주친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베트남에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출장을 다녀 왔습니다. 10월 24일 베트남 중부 해안 도시 투이호아에 갔습니다.

그곳에 있는 퓨인대학 학생 8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습니다. 투이호아는 인구가 8만 명인 조그만 도시로서 퓨인성 성도인데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 백마부대 28연대가 주둔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장학금 수여식을 마친 다음 해안가 마을에 있는 베트남-한국 평화공원을 방문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평화공원은 아담하나 관리가 허술했습니다. 공원 부근에 있는 전쟁 때(1966년) 한국군에 학살당한 민간인 추모관도 참배하는 것이 다음 일정이었습니다.

어린이, 부녀자, 노인 78명이 학살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참배 후 근처 인민위원회에서 학살 희생자 가족 두 분과 면담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두 분은 70세가 넘은 노인들인데 한 분은 5명, 또 한 분은 가족 17명이 학살당했다고 했습니다.

같은 한국 사람이지만 정부 대표가 아닌 저로서는 이분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습니다. 몇 마디 말로 이분들을 위로했지만 무슨 말로 위로한들 저들의 원한과 슬픔이 사라지거나 줄어들 것 같지 않았습니다.

노인 중 한 분이 “이렇게 위로해주셔서 고맙다. 최근에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좋아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남자인 군인들이 전쟁에서 서로 죽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힘없는 민간인들을 한국군이 학살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분개했습니다. 다시 위로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한 분은 “이곳에 여러 한국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들은 희생자 묘를 단장해 주겠다는 등 여러 가지 약속을 했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다. 이 거짓말 때문에 더욱 분통이 터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당시 학살에 가담했던 군인들이 와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담담하게 받아주겠다.

미군들은 찾아와서 사과했다고 들었다. 그들이 모두 죽었다면 한국의 월남전참전용사 모임 대표자라도 와서 사과하면 한이 없겠다”라고 격정적으로 통한을 토로했습니다.

동석했던 퓨엔대 교수는 퓨엔성에 이곳 외에 한국군 민간인 학살 추모관이 한 곳 더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정말로 난감했습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이곳 퓨엔대 학생들에게 저희가 소규모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도 사죄의 표시라고 이해해 주시고, 장학금 지급을 점차 늘려나가겠습니다.

거짓말하는 한국 사람들이 없도록, 그리고 당사자의 사과를 바라는 여러분의 마음을 한국에 전하겠습니다. 제가 정부 대표가 아니어서 여러분의 마음을 공식적으로 한국 언론에 전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에 이 내용을 올려서 한국 국민들과 공유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당시 통역이 퓨엔대학 교수에게 전달하고 다시 피해자 유족들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저마저 그분들의 바람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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