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을 계속캐 달라며 감사 청구한 식민사학 식별법은 무엇인가
글: 이병권(시민기고가)
카Carr는 어떻게 소련역사학을 흔들어 놨는가
카는 서기1980년대 우리 사회 인문학을 어떻게 깨웠는가
식민사학계는 카의 <역사는 무엇인가>를 역사지침으로 보면서 어째서 행실은 정 반대로 가는가
주인사학인지 조선총독부 식민사관 찌꺼기인지 판별하는 기준은 있는가
○ Carr의 역작, 「소련사」
탁월한 역사가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Carr의 저작은 단연코 구소련 역사서 「소련사」일 것입니다. 현존하는 소련에 관한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고 있는 책입니다. 또 레닌이 주도한 1917년의 볼셰비키 혁명과 스탈린에 의한 일국사회주의 건설 등 소비에트 러시아 역사를 기록, 분석, 정리한 역사서입니다.
Carr는 1945년부터 약 30년간에 걸쳐 연구해 「소련사 : The History of Soviet Russia」를 4부작 14권으로 엮어냈습니다.
이 책에 대해 <Guardin>은 ‘금세기에 한 영국인 역사가가 쓴 가장 중요한 저작들 중의 하나’ 평가했고, <The Times>지는 “탁월한 역사업적”이라고 극찬했습니다. 당시 대개의 지식인들은 친 소련 또는 반소련의 입장을 정해 글을 쓰는 인식론적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Carr는 이에 분명한 선을 긋고 철저히 객관적인 역사가의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Carr는 이념 그물에서 빠져나와 그가 외교부 근무 당시 몸에 익혔던 ‘정보 분석능력’, 사료 비판력를 발휘했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속에서 사실의 시금석을 캐냈습니다. 역사적 각 사실들의 우연과 필연성, 치밀한 인과관계를 촘촘히 엮어냈습니다.
그는 시종일관 역사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연구 자세와 균형 잡힌 시각, 그리고 합리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방대한 저작은 1990년 구 소련체제가 몰락한 이후, 서방이 아닌 구소련 내의 많은 지식인들이 ‘진실’을 갈구하는 속에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소련 역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소련 몰락과 러시아 부활 30여년이 가까운 지난 현재까지 Carr의 저작들은 여전히 그 위엄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 ‘역사적 필연’ 찾아가기
<역사에서의 인과관계>는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분석력이 돋보이는 단락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우연한 현상들을 보고 또 발견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 속에서 필연적인 관계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역사는 우연한 어떤 사건 하나로부터 발화되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1905년 짜르의 겨울광장 앞에서 배고픔을 호소하다 코카서스 기병에게 수천 명의 러시아 농민들이 살해당합니다. Carr는 이 사건에 주목합니다. 이 사건은 제정 러시아의 전제정치 속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많은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또 1789년 프랑스 군중들에 의해 습격당했던 파리 외곽의 바스티유감옥 습격사건이 있습니다.
이 우연한 사건들은 후일 역사가들에 의해 각각 프랑스혁명과 러시아혁명을 촉발시킨 요인으로 기록됩니다. 개개의 사건은 우연이었지만 이것이 뇌관이 되어 사회변혁, 혁명으로 이어집니다. 박종철 사건도 이 들 사건과 같은 것으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민주화 결정타인 6.10민주항쟁으로 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명확한 인과관계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지금도 이러한 일들은 심심치 않게 목도 됩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안산 단원고 학생들, 제주 수학여행, 세월호에 과적한 화물들은 개별적으로 볼 때 대단히 우연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은 전체로 한 덩어리가 되어 박근혜 의문의 7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이어 민심을 이반시켜 정권을 바꾸는 필연적 관계를 만듭니다.
이에 대해 Carr는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요인으로서 필연성을 구분’합니다. 세월호 침몰은 우리 사회의 되풀이 되는 부패구조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항시적 과적을 야기한 선주들의 탐욕, 부실한 선원교육과 대응, 해경의 부실과 무능, 정부의 부실한 대응 등이 반복되는 부패구조 요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Carr의 지적이 아니더라고, 이러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똑 같은 사고가 되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구조적 반복요인의 제일 위에 박근혜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회경제적 요인, 구조적 요인을 강조하는 Carr의 사고와 인식체계가 1980년대 집권세력에게는 참으로 위험한 불쏘시개로 인식되지 않았을까요.
○ 위험한 낙관주의자의 진보관
Carr는 미혹과 불신, 냉소주의와 비관주의가 넘실거리는 시대상을 넘어서고자 한 지성인이었습니다. 그의 저작에서 보여주는 엄격한 중립과 합리성은 그 엄정함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낙관적인 미래관을 보여줍니다.
그의 「역사란 무엇인가」 5장, <진보로서의 역사>는 Carr의 진보관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역사가 일방으로 진보만 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진보와 그 반작용으로 퇴보를 반복하며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미래에 실현하고자 간절히 소망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어떤 지적 성과를 이루어냈다면, 그것은 과거에 그것을 간절히 바란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어떤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하는지, 그것을 얼마나 동시대인들과 간절히 염원하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그것이 미래에 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Carr의 이런 주장은 진보주의자로서의 그의 소신이자, 암흑속 1960년대 유럽 지식인들에게 던지는 희망 빛이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Carr의 신념과 낙관주의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1980년대 젊은이들의 가슴에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열정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에 이 책은 ‘위험한 불온서적’ 임에 틀림 없습니다. 1980년대 초반 전두환의 제5공화국 정부의 어느 인사가 이 책을 불온서적의 명단에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의 그 인사는 군사독재체제를 반대하는 자들의 가슴에 저항의 불꽃, 희망의 불씨를 심는 지식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위험한 불온서적으로 만든 것이겠지요.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는 그렇게 우리사회 80~90년대 학생운동의 필수 인문서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식민사학의 기준을 잡아봅시다
영화 <1987>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폭력, 고문, 독재로 대변되는 그 무서을 시민의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시계바늘이 돌듯이 그 구조가 반복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제국주의가 생산한 식민사학이 해방 72년이 지나도록 ‘구조적으로 반복’되어 역사 진실이 여전히 명예회복 되고 있지 않습니다.
민족 정체성 말살과 일본의 침략 야욕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념주의가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이념주의는 조선시대 노론 300년의 사대주의와 그 괘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단군조선은 여전히 전설과 신화라고 하고 한나라 식민지배지관 낙랑군은 여전히 평양에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남부는 과거 일본 야마토정권의 식민지였으며, 「삼국사기」 초기기록은 믿을게 못된다고 주장합니다. 조선의 노론에 관한 논문과 저서는 여전히 금기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요인들도 이제 그 밑바닥부터 금이 가고 깨져나가고 있습니다. 문헌사료 근거를 대지 못하는 식민사학의 한계는 그들의 아성인 제도사학권 내에서도 반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또 누리꾼들로부터는 타작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재야 역사학자들이 다양한 반박논리로 무장하여 ‘그들만의 학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각 역사학자들에게 묻고자 합니다. 식민사학과 그 것에 반대하는 모든 역사학자들에게 꼭 묻고자 합니다. 역사를 흥미가 아닌 과학으로 지속하고 있다면, 그 역사를 자신의 신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아래 질문에 꼭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질문은 적어도 식민사학계와 그 대척점에 있는 민족사학계를 구분해 줄 수 있습니다.
○ 단군, 단군조선을 역사 실체로 인정하는가.
○ 한사군 위치가 한반도 내였다고 하는가, 중국 요동 혹은 요서지역라고 하는가.
○ 「일본서기」를 역사서로 인정할 수 있는가.
○ 「일본서기」가 주장하는 4세기 신공왕후의 가야 식민지론을 인정하는가.
○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가. (김현구의 논리를 포함해서)
○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인조반정>으로 알려진 광해군 폐위사건은 반정인가. 서인의 난동인가.
○ 조선시대, 서인과 노론의 모화사상慕華思想에 대한 판단은 어떠한가.
○ 실증주의 역사관에 대한 판단은 어떠한가.
○ <조선사편수회>와 진단학회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 항일무장문동을 비롯한 일제하 독립운동 내용이 교과서에서 대거 삭제된 것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단재 신채호, 박은식 등의 역사관을 어떻게 보는가.
○ 이기백의 ‘반도론’에 대한 판단은 어떠한가.
-이병권의 '영화1987'과 '역사란 무엇인가' 3부작 끝-